해가 떴다. 밝은 햇살이 작은 일인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뒤에서 밝게 비추고 있었다. 꼭 우리의 미래에 빛이 가득할 것처럼. 그런 애매하고도 비참한 희망을 주며.
26일 전리버티의 불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농담처럼 전해지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도시는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을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환한 거리와 익숙한 소음. 그것보다 더 익숙한 피 냄새. 이 환한 불 아래에서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향이 날때 마다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역질이 나 비틀대며 벽을 붙잡았다. 짙은 향수 냄새에 머리마저 지끈거렸다.
36일 전네가 영원히 깨달을 수 없는 물음을 주고 간 것처럼 난 너에 대해 생각할수록 더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너란 존재가 영원히 답을 낼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인가. 난 너에 대해 영원히 알지 못하고 넌 내 존재조차 잊어버린 채 떠나겠지.
70일 전
|무제| “솔직히, 살아야할 이유보다 죽어야 할 이유가 더 많은 것 같아” J는 나에게 자신이 삶을 포기해야 할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사실은, 그때 본인이 혐오스러운 존재라든지, 아무도 자신이 살기 바라는 사람이 없다든지 하는 얘기는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왠지 모를 공허함 같은게 느껴졌다. J는 언제라도 모든 것을 내버려둔채 떠나버릴것만 같은 사람이다. 아니, 떠난 사람이었다. J는 결국 바라던 일을 이뤘으므로. 지금 떠오르는 건 그때의 내가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던 것이 매우 끔찍한 일이고, 그 일로 인해서 생긴 결과를 직면하고 있는 지금을 부정하고 싶다는 것이다. - 월하 바보
26.04.23
| ‘’네가 하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니? 누구는 주먹을 휘두르고, 누구는 말로 폭력을 써. 겉으로 보이는 멍은 치료가 되지만 속으로 든 멍은 보이지도 않아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사람을 서서히 죽여가지. 너는 주먹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른 것만큼이나 끔찍한 짓을 한 거야.’‘
25.12.29|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 처럼. |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25.12.18| 그게 최선인지,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그 순간 아무도 판단하지 않았다. 깊게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길 포기했다. '우리집'에 모여든 아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아이들의 불안에 불을 지핀 것은 나지만 그런 나조차 아이들을 경멸했다. 우리는 증오를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억울해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