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당신은 이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항일까지 지워지는 것은 너무 아픈 일이다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위대하게 일제에 맞선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ㆍ 아관파천과 헤이그 밀사 파견 뒤에 ‘왕의 남자’ 내시가 있었다
ㆍ 산에 올라 횃불을 들고 만세를 부른 9명의 머슴은 90대의 매질을 당했다
ㆍ 능금밭의 청년 29명은 강제징용을 거부하고 산에 올라 싸웠다
ㆍ 청산리대첩에서 사용된 무기는 500리 숲길로 운반해 온 체코 군단의 무기였다
ㆍ 경성여고보 여학생들은 왜 과자를 창문 밖으로 던졌을까?
ㆍ 일장기 휘날리는 언덕에서 태극기를 떠올린 식민지 천재 소년이 있었다
ㆍ 만주 벌판을 누빈 소녀 기관총수는 친일파 아버지와 전투 현장에서 적으로 만났다
작지만 위대한 우리들의 독립운동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100여 년 전 이름 모를 누군가는 한밤중에 산에 올라 목청껏 만세를 불렀고, 누군가는 권총을 들고 일본 경찰을 직접 처단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왕 앞에 터뜨릴 폭탄을 넣을 비단 주머니를 한 땀 한 땀 밤새 바느질했다. 한국인을 차별하고 무시한 일본인에 맞서 수많은 이들이 손에 손잡고 총파업을 벌여 결국 승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하다. 교과서나 다른 역사책에는 이들의 이름이나 항일 행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바로 그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아무도 몰랐던’ 민초들의 항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항일 행적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운동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일제에 항거하며 망국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또는 식민지가 되어버린 조국의 독립에 하나뿐인 삶을 오롯이 바친 평범한 사람들의 은밀하고 위대한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어보자.
고종을 섬긴 ‘왕의 남자’, 친일파 아버지와 전장에서 만난 소녀 독립군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구한말부터 해방 직후까지의 29가지 이야기를 발굴한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왕의 남자’ 내시 강석호다. 아관파천 당시 고종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보필하고 고종의 명으로 헤이그로 떠나는 특사 이준에게 여비 10만 원이라는 거금을 건네고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로 불린 일본 스파이를 제거하려 시도했던 내시 강석호의 종횡무진 활약상은 낯설고도 놀랍다.
만주 항일유격대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기관총을 쏘아대던 10대 소녀 독립운동가 허성숙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친일파 아버지와 단호히 절연하고 15살 어린 나이에 과감하게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기관총을 쏘며 만주의 산악지대를 누비고 전투 현장에서 일본군을 응징한 그녀의 활약상은 지난 2024년에 내란과 탄핵을 겪던 대한민국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1020 여성들의 ‘응원봉’ 활약상과 겹친다.
일왕의 생일날, 그가 내린 과자를 먹지 않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 경성여고보 여학생들의 기개에도 박수가 절로 나온다. 태극기는 사라지고 일장기만 휘날리는 언덕 위의 풍경에 울컥해 독립투사로 변신한 천재 소년 이야기, 일본 경찰 주재소를 찾아가 독립선언서를 일본 경찰에게 건네주며 그들을 처단한 7인의 독립군 이야기를 읽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들의 치열하고 뜨거운 항일담이 철저한 사료 고증을 바탕으로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선비도 싸웠지만 이름 없는 민초들도 싸웠다
윤석열 정권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에서 끌어내리고, 몽양 여운형의 훈격을 재조정하려 하고, 김원봉·정율성 등 진보적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했다. 친위 쿠데타 이전에 ‘역사 쿠데타’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역사 쿠데타의 배경에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진보적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둘씩 독립유공자로 서훈되며 형성된 새로운 역사관에 대한 극우세력의 불안감이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올곧은 역사를 삭제하려는 세력에 맞서 지워진 이름들을 오히려 한 명 한 명 되불러오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무정부주의나 공산주의를 빼놓으면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서술할 수 없다고도 강조한다. 진보적 사상은 독립운동가들에게 '목적'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이 책을 관통하는 역사 철학이며, 29가지 이야기를 발굴한 원동력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약산 김원봉은 1940년 당시 300명의 병력을 보유했다. 오늘날의 대대장들이 300명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는 사실을 근거로 김원봉의 역량을 가늠해서는 안 된다. 독립군 장군이 300명을 지휘하는 것은 샐러리맨 장군이 수만 명의 대군을 이끄는 것과 비슷했다. 자기 힘으로 300명을 모으고, 그들을 무장시키고, 먹여 살리고, 지휘할 만한 역량을 보유한 장군은 많지 않다. 우리 땅도 아닌 남의 땅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어떤 기여를 했는가를 따지지 않고 사상 문제만 따지고 드는 과거 정부들의 독립유공자 서훈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김원봉 같은 인물들의 독립투쟁을 제대로 고찰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것으로는 진짜 역사를 알 수 없다.”
저자는 또한 역대 정권의 보훈 정책이 독립운동의 진면목을 가려왔다고 지적한다. 과거 정권들이 부각시킨 독립유공자 상당수는 외교나 대중계몽 분야의 ‘지사형’ 인물들, 즉 선비 같은 스타일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반면 일제강점기판 국가보안법인 치안유지법을 위반하며 더 치열한 투쟁을 목숨 걸고 전개한 사람들, 소작쟁의·노동쟁의 및 강제징용·징병 거부 투쟁을 벌였던 민중은 독립유공자 명단에서 제외되어 있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벌이고 엄청난 고초를 당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가 되었다. 독립운동의 ‘진짜 역사’를 그려볼 때가 되었다.
‘이런 사람이 정말 있었어?’, 영화보다 영화 같은 독립운동 에피소드
역사책이지만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는 것이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러나 소설과 다른 점은, 이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로 벌어진 사실이라는 점이다. 일본 경찰이 있는 주재소에 들어가 독립선언서를 내밀고, 권총을 쏘아 그들을 처단한 의거는 가슴이 후련해지는 거사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차련관 의거’에 성공한 7인의 독립군 이야기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런 사람이 정말 있었어?' 하고 놀라는 순간마다 사료의 출처를 친절하게 밝혀둔다.
『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는 그동안 ‘지사형 독립운동가’만으로 가득 찬 역사 서술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책이다. 100년 전, 망국의 어둠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운 평범한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용기를 되찾게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