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한 줄 알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디에도 닿지 못했다
“이번 역은 서울역, 서울역입니다.”
서울역은, 이 안내방송을 처음 듣는 사람과 무뎌질 만큼 자주 듣는 사람이 함께 모이는 곳이다. 그렇게 서울은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목적지다. 누군가는 더 많은 기회를 찾아, 또 누군가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그곳, 서울로 향한다. 장편만화 『이번 역은 서울역입니다』는 거대 도시 서울이 주는 낯섦과 청춘을 움직이게 하는 삶의 동력을 겹쳐 놓는다. 도착했지만 여전히 도착하지 못한 마음들, 중심에 닿고자 했으나 주변에 머무는 삶들의 단면을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비춘 작품이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시영은, 서울이라는 ‘중심’ 앞에 선 또 하나의 이방인이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서울은 쉽게 품을 내주지 않는다. 고시원의 얇은 벽, 생경한 억양에 쏟아지는 낯선 시선, 조촐해서 더 외로운 저녁 식사까지. 작품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의 시간을 덤덤하게 그려 낸다. ‘서울 사람’이라는 경계 바깥에서 살아가는 감각이 과장 없이 묘사되며, 그 절제된 이야기 속에는 현실의 무게가 깊게 배어 있다. 시영의 여정은 단순한 진학이나 독립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중심’으로 향하려는 수많은 비서울권 청년들의 절박한 선택이며, 서울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기회’로 포장되면서도 동시에 낯선 타자들을 배제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회적 서사이기도 하다. 그 서사에는 정체성과 생존, 외로움과 연대가 얽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