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지각대장이 되거나 나 홀로 보건실 청소 담당이 되거나
중학생이 된다는 건 과연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매해 3월이 되면 아이들은 새 학년에 올라간다. 뿌듯하지만 두렵고 설레지만 걱정도 많은 시기, 특히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신입생이라면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중학교 1학년은 명실상부 청소년기로 진입하는 첫해를 맞는다. 넉넉한 사이즈로 맞춘 교복을 입고 잔뜩 긴장한 채 학교에 가는 중학교 1학년에게는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지만 아직은 여러 모로 미숙한 이 아이들 앞에는 과연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중1의 세계』는 바로 이런 중학교 1학년들의 학교생활을 그려 낸다.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네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네 편의 단편 모두 같은 중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고이의 「새끼의 탄생」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음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오동찬에게 닥친 시련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등교 시간에 맞춰 깨워 주지 않겠다는 엄마의 선언. 아침잠이 많은 동찬이에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아침 허둥지둥 달려 나가지만 매번 똑같은 버스를 놓치고 똑같이 지각을 한다. 그리고 동찬이 앞에 ‘차오’라는 여학생이 나타난다. 동찬이가 지각할 아침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아주머니와 말싸움을 벌이는 이상한 아이. 알고 보니 차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느라 지각과 싸움을 불사하는 중이다. 이제 막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중1에게 가여운 어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김성운의 「마법 보건실 청소 담당 김민기 외 2인」은 중학교에 입학해 새삼스럽게 외톨이가 되어 버린 김민기의 왕따 탈출기를 그린다. 커다란 덩치에 느릿느릿한 언행 때문에 ‘미곰(미련곰탱이)’이라고 놀림받는 민기. 아이들은 순하고 착한 민기에게 당연하다는 듯 함부로 대하고 심지어는 앞에서 흉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의기소침하게 지내던 어느 날,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보건실 청소 담당이 된 민기 앞에 좋은 일이 생긴다. 조금 이상한 여자애 윤보라가 민기 주위를 알짱거리는가 싶더니 또다른 청소 당번 박성배하고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편의점에 들르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민기에게 보라가 깜짝 놀랄 만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새롭고 낯선 세계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중1 아이들을 힘차게 응원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