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신작 단편 소설 3편을 묶은 소설집 출간!
현대 여성 소설의 출발점이자 도달점,
작가들의 작가, 오정희
그가 펼쳐놓은 삶과 죽음의 투명한 풍경들!
어떤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소설이 시작된 출발점이 그의 이야기였다고. 또 어떤 작가는 이렇게 고백했다. 그의 소설이야말로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이라고. 또한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의 글과 소설을 통해 인간 본성의 심층을 탐구했으며, 이야기가 생성되고 표현되는 양식을 파악하려는 동시에 이 세상이 움직이는 구조를 밝히는 데 힌트를 얻으려 애썼다. 그만큼 그라는 존재와 그의 소설은 한국 문학을 풍성하게 살찌운 토양이었고, 인생이라는 불가사의를 이해하는 출입구가 되어왔다. 소시민이 겪는 일상의 자잘한 요소들로 삶의 거대한 속성을 엮어내고 드러내는 작가, 오정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8년 「완구점 여인」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오정희는 한국 문학의 풍성한 수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럼에도 문학 관련자들과 독자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등단 60년을 앞둔 작가로서의 시간과 그가 발표한 작품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도 그는 과작(寡作, 작품을 적게 만들어냄)으로 유명했는데, 꽤 긴 시간 동안 그의 새로운 작품을 접할 수 없었던 사실은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그의 부재를 쉽게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오정희 문학이 드리운 그늘과 여운이 깊고 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랬던 작가 오정희가 실로 긴 침묵을 깨고 3편의 신작 소설을 묶은 창작집 『봄날의 이야기』로 오랜만에 인사를 전한다. 쓰지 않았거나 쓸 수 없었던 긴 시간 동안 농축된 진한 사색은 또 어떤 이야기로 형상화되었을까? 그의 이야기가 열어 보일 세계가 궁금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