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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여섯 소년 변승기를 처음 병실에서 보았다.
3·15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 한쪽 다리를 잃은 채 누워 있었지만 아이는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치료를 성실히 받으며 늘 단정했고, 어린 나이에도 스스로를 잘 다잡고 있었다. 그 고요한 태도를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는 삶이 어떤 파도를 보내도 끝내 자기 길을 찾아갈 사람이라고. (…) 그의 삶은 개인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3·15라는 역사 속에서 몸으로 시대를 건너온 한 사람의 시간이며,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남겨온 기록이다. ‘3·15 서사시’라 이름 붙은 이 시집은 한 개인의 회상이 아니라, 그날의 역사와 그 이후의 세월을 함께 살아낸 한 시대의 증언이라 생각한다. 총성의 시대를 지나 가정의 시간으로, 다시 시인의 기록으로 이어진 삶. 나는 오래전 병실에서 보았던 그 소년을 떠올린다. 넘어졌으나 삶을 놓지 않았던 사람. 이 시집은 그가 걸어온 길과 그 곁을 지켜온 사람, 그로부터 이어진 역사의 시간들이 함께 밝히는 눈부신 빛이라 믿는다.
-정성자(3·15의거기념사업회 이사, 3·15의거 당시 도립마산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