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영혼의 자서전
누구나 한번쯤 ‘데미안’을 만나고
누구나 한번쯤 ‘데미안’이 된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제1차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그린 작품이다. 토마스 만이 말했듯, “감전시키는 충격을 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정교함으로 시대의 신경을 건드린” 이 작품은 그 영향력 면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비교될 만하다. 한 개인의 청춘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청춘의 이야기인 것이다. 싱클레어라는 열 살 소년이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기까지 겪어온 아프고 괴로운 성장 과정은-우리 모두가 겪어온-쉽고도 보편적인 이미지로 바뀌어 단단한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이 표면적인 성장 이야기 아래에는 C. G. 융의 심층심리학의 영향에서 비롯한 상당히 난해한 심층구조가 깔려 있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구조 덕분에 이 소설은 한 청년의 자기고백을 넘어 심오한 깊이를 지닌 고전작품으로 승화한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데미안』은 독일어권을 대표하는 번역가이자, 인문·예술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로 주목받아온 인문학자 안인희가 심층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을 새로이 해석하고 번역하여 소개한 것이다. 더불어 헤르만 헤세의 절친한 친구이자 팬이었던 토마스 만이 『데미안』의 첫 미국 판본에 붙인 서문을 달아 작품을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2013년 처음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37쇄를 찍을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데미안』은, 문학동네 30주년을 기념해 이루어진 독자 투표 결과 ‘가장 사랑하는 문학동네 책’으로 선정되어 이번에 새로운 특별판으로 선보이게 되었다.